'김찬송 작가' 낯선 것에 대하여

 

 

안녕하세요, 김찬송입니다.

낯선 것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회화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gaze_72.7x53cm_oil on canvas_2020

 

<안개의 무게>

어느 날 저는 작업을 위해 스스로를 촬영한 적이 있었습니다. 삼각대를 두고 타이머에 맞춰 저를 스스로 촬영했었기때문에 의도하지 않았던 우연으로 사진 속에 제 얼굴이 담기지 않았습니다. 화면 속에는 몸만 남아있었는데요, 그 사진을 본 순간 제 몸이었지만 순간적으로 그 신체가 제 자신이 아닌 것처럼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가장 가까운 존재라 믿었던 자신이 낯설게 느껴졌던 순간적인 경험은 나와 나의 바깥의 것들, 그리고 그것의 경계 같은 것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저는 작업초기단계에서 제 사진을 수백장 반복하여 촬영하는데요. 우선 첫 샷을 찍어서 보면 구도나 프레임 같은 것이 제가 계획했던 이미지와 꽤 거리가 있습니다. 그래서 매 컷마다 결과물을 확인하며 조금씩 몸의 자세와 오브제들을 바꿔가면서 처음 계획했던 이미지처럼 사진을 완성합니다. 이 과정에서 나의 고유성과 주체성, 의지를 가진 신체는 점점 촬영의 대상, 그리고 마치 사물과 같은 역할로 변화되어갑니다. 그리고 마침내 얻어낸 최종 사진을 다시 그림으로 그리는 작업을 통해서 이 얼굴 없는 신체는 단순화 되기도 하고 덩어리지기도 하며 누구의 몸인지 알 수 없는 채로 캔버스 화면 속에 남겨집니다.

 

 

unknown hands_45.5x45.5cm_oil on canvas_2019(왼)

 

 

흔적_112.1x162.2cm_oil on canvas_2020

 

 

a common body_162.2x112.1cm_oil on canvas_2019

winter air_diameter 120cm_oil on canvas_2019

 

 

 

녹색_산책_91x91cm_oil_on_canvas_2020

 

혼자서 하는 말_53x72.7cm_oil on canvas_2020

 

<의심의 정원>

2015년 프랑스에 가서 1년 간 작업을 한 경험에서 처음 출발했습니다. 제가 처음 프랑스에 도착했을 때 그 곳의 아름다운 정원과 숲은 자연스럽고 자유로워 보였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많은 식물들이 사실은 그 곳이 원래 살던 곳이 아니고 여러 대륙에서 왔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들은 주로 플랜트헌터(plant hunter)라 불리던 이들에 의해 식민지 대륙에서 옮겨져 온 제국의 전리품이었습니다. 귀족들은 당시 보편화되기 시작하던 유리 온실을 만들어 이 값진 식물들을 경쟁적으로 전시했다고 합니다.

windy memory_72.7x53cm_oil on canvas_2019

 

저는 그 진귀한 식물들이 처음에 도착했을 때 풍경은 지금과는 얼마나 다를지 생각해보았습니다. 새로운 것이 도착해서 기존에 있던 것들과 부딪히고 다시 새로운 풍경으로 확장해 나가는 과정이 흥미롭게 다가왔는데요. 부러지고 우거지고 새로 엮이고 색이 변하는 등, 다른 존재들은 기존 사회 속에 흘러 들어와 혼돈을 빚으며 점점 다른 풍경을 만들어 가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이러한 것들이 한 화면에 담기며 충돌하는 순간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어떤 산책_53x72.7cm_oil on canvas_2020

garden of mistrust_diameter 40cm_oil on canvas_2018

 

 

a deeper place_80.3x116.8cm_oil on canvas_2019

 

a night walk_65x91cm_oil on canvas_2020

 

 

 

Q&A

Q. 대표작을 소개한다면?

사실 모든 작품들이 다 다르기 때문에 대표작품이라고 하나를 꼽기 어렵습니다.

올해 신작들은 조금 다른 스타일을 시도하고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작품은 <Red Something>입니다. 조금 더 화면을 단순화하면서 빨간 공 같은 오브제를 넣었습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미묘한 불안감을 시각화시키는 장치로 작품 속에 등장시켰습니다.

 

 

red something_65x91cm_oil on canvas_2020

정원을 그린 시리즈 중에서는 <Flaneur 산책자> 라는 작품을 얘기하고 싶습니다. 지난 겨울 매일 산책하던 호숫가 근처에서 관찰한 변화와 감정을 그린 그림입니다.

 

 

산책자(Flaneur)_162.2x112.1cm_oil on canvas_2020

 

 

Q. 지금의 작업을 하기까지.

첫 작품을 비롯한 이전 작업들은 지금에 비해 좀 더 공간의 이야기가 있고 구체적입니다. ‘실내’ 공간이라는 것을 강조하여 좀 더 내밀한 분위기를 더하고 싶었습니다. 최근작은 신체에 집중하기 위해 비교적 배경 공간이 단순화 되었습니다. 그리고 초창기에는 화면 전체를 두꺼운 물감 덩어리로 구성했다면 최근에는 작품에 따라 풍부한 터치를 사용하려고 합니다.

 

Q. 가장 신경쓰는 부분.

작업 과정 중에서 중요하지 않은 부분은 없지만 대체로 캔버스 위 회화 작업으로 옮기기 전 베이스가 되는 사진을 얻는데 가장 신경을 쓰는 편입니다. 사진 촬영 전에 생각하는 이미지를 드로잉 등으로 계획하고 계속 수정해 나가는 과정을 거쳐 최종 이미지를 얻습니다.

 

 

 

김찬송 작가 작업공간

 

Q. 작업공간은 어떤 곳인가.

별 다른 일이 없는 한 작업실에서 지내며 작업하고 있습니다. 작업실은 도심 한복판 고층에 있어 시끄럽지만 또 항상 혼자 있더라도 바깥에서 사람들의 소리가 들린다는 것이 좋을 때도 있습니다. 종종 몇 주 동안 아무도 만나지 않고 작업만 할 때가 있는데 바깥 소리가 들리니 너무 고립되지는 않은 느낌입니다.

 

Q. 작업이 힘들 땐 어떻게 이겨 내는 편이신지.

다른 젊은 작가들이 많이들 그렇듯이 마음껏 재료를 쓴다거나 더 큰 크기의 작업을 하고 싶어도 현실적인 문제들로 제한을 받을 때가 많습니다. 그리고 작업이 잘 되지 않아 진행 중인 캔버스 천을 뜯어 버릴 때가 종종 있는데 이 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곤 합니다.

그럴 때 일희일비하지 않고 제 마음을 잘 다스릴 수 있도록 노력하는데, 좋아하는 전시를 보는게 도움이 됩니다. 좋은 전시를 보면 기분이 좋고 상쾌해집니다. 또 나도 빨리 작업을 하고 싶다는 의욕이 생깁니다.

책을 읽는 것도 좋아합니다. 특히 추리소설을 즐기는 편인데 알 수 없던 사건들이 점점 풀리고 어떤 결말에 도달했을 때 느껴지는 쾌감이 좋아 어렸을 때부터 추리소설을 많이 읽었습니다.

그리고 사진작업을 보는 것도 좋습니다. 사진작가의 눈으로 포착된 대상, 화면을 보며 신선한 아이디어를 얻을 때가 있습니다.

 

 

세실리 브라운

 

Q. 좋아하는 크리에이터

지난 겨울 스위스 바젤에 있는 비트라 캠퍼스 Vitra Campus 에 방문했었습니다. 그 곳에는 세계 유명 건축가들의 건축물이 가득했는데 특히 헤르조그 앤 드뫼롱의 건축이 아주 인상적이어서 그 이후로 열심히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그 중 schaudepot 라고 불리는 건물엔 세계 유명 디자이너들의 의자를 보관하고 있는 수장고 겸 전시실이 있었는데 그 의자들을 보고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샬롯 페리앙, 장 프루베, 찰스 앤 레이 임스 등의 디자이너 작품들이 있었습니다. 겨울에 키키 스미스의 개인전에도 갔었는데 실제로 보니 사진으로 보던 것보다 훨씬 좋았습니다. 또 항상 마음 속에 품고 좋아하는 작가들은 안젤름 키퍼, 오귀스트 로뎅, 조안 미첼, 싸이 톰블리, 세실리 브라운 등 입니다.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많아서 다 적기가 어렵습니다.

 

Q. 앞으로의 작업 방향이나 활동 계획

내년 여름에 열릴 개인전을 준비 중입니다.

최근에는 좀 더 불분명한 경계를 띄는 쪽으로 작업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또한 진정성 있는 작업과 재료의 물성에 대한 관심, 이 두 가지 사이에서 균형 있게 작업하려고 노력합니다.

 

 

김찬송 <퍼블릭갤러리 展>

전시기간

2020년 11월 06일 ~ 2021년 02월 06일

장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51, 1F

주최

퍼블릭갤러리

 

 

작가소개

 

2011 국민대학교 미술학부 회화전공 졸업

 

개인전

2019 Proper Gestures, 카라스 갤러리, 서울

2017 안개의 무게. 갤러리 엘르, 서울

2016 자리 잡지 못한 풍경, 갤러리 포월스, 서울

2015 낯선 틈, 갤러리 포월스, 서울

낯선 틈, 청주창작스튜디오, 청주

2014 Floating Forest, 대안공간 눈, 수원

2012 Sticky Room, 더케이갤러리, 서울

 

주요 단체전

2020 The Shift, 갤러리 박영, 파주

선의 미학, 갤러리 엘르, 서울

비정형 마이닝, 아트스페이스KC, 판교

2019 Media Attribute, 스페이스 K, 과천

청년, 강한 회화, 아터테인, 서울

Pink Façade, 도잉아트, 서울

Step-up : Various, 리나갤러리, 서울

2018 파리 이응노 레지던스 결과보고전, 이응노미술관, 대전

반영 : 어떤 소란, 파리 이응노 레지던스, 파리, 프랑스

EM5 한국 인도 청년 작가 교류전, Lalit Kala Akademi, 첸나이, 인도

Her Story (2인전), 갤러리 엘르, 서울

롯데백화점 MVG 특별 기획전, 롯데백화점 강남점, 서울

Douze, 이정아 갤러리, 서울

retrace with drawing 04, 갤러리 엘르, 서울

2017 Between, 소피스 갤러리, 서울

Monad, 키미아트, 서울

뉴 드로잉 프로젝트,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양주

살, 갤러리 호아드, 서울

미래를 보다, 갤러리 엘르, 서울

2016 Document,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청주

여수국제아트페스티벌, 여수

마중물, 김리아갤러리, 서울

2015 Out There, 미부아트센터, 부산

2014 Young Korean Collective 3인전, Shine Artist Gallery, 런던

낙서4, 언오피셜프리뷰갤러리, 서울

2011 내일의 작가 수상전, 겸재정선미술관, 서울

 

수상

2016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드로잉 작가상

2011 제 2회 겸재정선미술관 내일의 작가상

 

레지던시

2018 파리 이응노 레지던스, 보-쉬르-센느, 프랑스

2014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청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