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로브 | Partof


2009 Cert. Applied Technology - Boatbuilding UNITEC NZ
1996 Whitecliff Art & Design college NZ 중퇴

작가노트

나라는 사람은 간결하고 단순한 것을 좋아한다. 그것이 이 작업의 시작이었다. 오랜 시간 타국을 떠돌았던 내게 전통 문화란 항상 낯설고 멀게만 느껴지는 것이었다. 막연하게만 느껴지던 우리의 전통과 문화는 귀국 후 우연히 떠난 유랑길에서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었다. 한국적 주제의 표현, 나만의 독창적인 표현 방식을 찾기 위한 긴 여정의 끝은 결국 이 땅 안에 있었던 것이다.

유랑길에서 나는 보통 사람들이 이어오는 농악을 접하게 되었고 이를 통해 나는 흥이라는 것을 경험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새 단청 작업으로 새로운 생명력을 얻어 다시금 숨을 쉬게 된 낡고 바래진 고찰(古刹)들을 보면서 나만의 표현 방식을 찾게 되었다. 고요하고 응축된 힘을 지닌 나무와 단청, 전통적이며 아날로그적 감성을 지닌 재료와 소재에 주목했다. 이것이야 말로 남들과는 다른 나만의 것이 될 수 있음을 직감했다.

기존의 규격화된 기준에서 벗어난 날 것, 그 중에서도 나무에 관심을 갖게되면서 주변에 버려지거나 거들떠 보지 않는 나무들을 구해 집으로 가져다 상처를 치유하고 다듬어 그림을 그릴 화판으로, 때로는 화판을 감싸는 액자 틀로 새로운 쓰임새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나의 작품 안에는 이처럼 묵직함을 지닌 무언의 존재, 나무가 있다. 마치 목수가 된 듯 나무를 다듬는 과정을 통해 작품의 뼈대를 만들어 나간다. 나무가 뼈대라면, 단청 작업은 살을 붙이는 과정에 가깝다. 작품의 주제인 풍물잽이와 광대의 놀음을 직접 구경하고 그것을 토대로 이미지를 스케치한 뒤 출초, 타초 과정을 통해 준비된 나무 화판위에 도채를 한다. 모든 방식은 전통 단청 기법을 따르고 있다. 이처럼 하나의 작품이 완성 되기까지는 수고스러운 일련의 단계를 거쳐야 하지만 보여지는 이미지는 최대한 간결한 선과 정해진 단청 색만으로 표현하려 한다.

세월이 지나도 변함이 없는 나무의 성질처럼 앞으로도 꾸준히 작가만의 방식을 고수하며 한국적인 아이덴티티가 담긴 작품을 선보이고 나아가 선과 색으로 표현된 주제를 통해 우리의 ‘흥’을 전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