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향지 | Lee Hyangji



작가노트

시크릿 가든(Secret Garden) - 작가노트

나에게는 새로움이 필요했다.
곧이곧대로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언가를 통해 새롭게 보고 싶었다.
그러나 그 너머로 보이는 사물은 변질되지 않는 것으로 ... 그것이 나에게는 구슬이다.
구슬에 왜곡되어진 사물의 형태 때문에 거꾸로 보여 지는
원형 저 너머의 세상은 신비롭고 아름다웠다.
그 밖과 속이 훤히 들여 다 보이는...투명하기까지 한 원형의 완전체이다.

남들이 보기엔 사소하고 작은 꽃일지라도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그 속에서 따뜻한 볕 한줄기와 신선한 바람 한 가닥, 맑은 하늘을 담았다. 나에게만 비춰지는 구슬속의 아름다운 비밀의 정원이다.

학창시절부터 소국이나 마가렛(내 기억속의 꽃 이름)을 아무 이유 없이 한 다발씩
사서 너무나 좋아 했던 기억이 어슴프레하다.
산과 들에 흔하게 피어나는 꽃이지만 내게는 고결하고 아름다운 자태로 생명력이
가장 강한 쑥부쟁이처럼 나도 오랫동안 성실히 그림을 그리고
더 부지런한 그림쟁이로 남고 싶다.

생각이 나서,라는 말이 참 좋다.
사랑한다는 말보다 보고싶다 는 한마디가 더 부드럽고 따뜻해지는 것처럼
생각이 난다는 건 그런 것이다.
그래서 나는 바란다.
나도 내 그림도 누군가에게 생각이 나는 사람과 그림이기를.

사실 작업을 하면서 마냥 행복하고 그저 붓이 가는대로만은 되지 않는다.
내 생각과 의도대로 되지 않을 때 마다 나는 나의 재능에 대해 좌절하고 만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먹는다.
재능이란 지속적으로 열정을 투입하는 일이라고 ...
그렇게 나를 위한 주문을 하지 않고서는 혼자서 가는 이 길을 마주할
명분을 잃어버리니까 말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껴주고 귀하게 여겨야 할 사람
바로 나 자신, 나는 나를 사랑한다.
그림쟁이인 나를 사랑한다.
<끝>